
전통을 잇는 사람들, 무형문화재 장인들은 한국 문화의 살아 있는 유산입니다. 그러나 2026년 현재, 이들의 존재는 사회적으로 점점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기술의 급격한 변화, 인구 구조의 변화, 문화 향유 방식의 다변화 속에서 전통 장인의 삶은 외면당하고 있으며, 실제로 많은 기술이 사라지는 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특히 후계자 부족, 정책적 미흡, 고령화는 세 가지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으며, 단순한 문화계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화 지속 가능성 문제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본문에서는 이 세 가지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2026년 현재의 상황을 짚어보고, 장인의 기술과 삶을 어떻게 보존하고 계승할 수 있을지 고찰합니다.
후계자 부재로 위기에 처한 전통기술 계승
2026년 현재, 국내 무형문화재 장인 대부분은 60대 후반에서 80대 이상입니다. 문제는 이 장인들의 뒤를 이을 젊은 후계자가 거의 없다는 데 있습니다. 실제로 문화재청이 발표한 2025년 하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무형문화재 보유자 중 73%가 후계자 없이 기술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은 "기술이 내 세대에서 끝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전통 기술을 배우는 데 걸리는 시간은 최소 5~10년이며, 그 과정에서 수익은 거의 없습니다. 젊은 세대에게 이는 경제적으로 불리한 선택일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기존의 후계자 양성 체계는 낡은 방식에 머물러 있습니다. 전수조교 제도는 실질적 교육보다는 형식적인 명맥 유지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젊은 예비 장인들이 실생활과 병행하기에는 제도적 유연성이 부족합니다. 더욱이 2024년 이후 직업교육 및 기술교육 정책이 대부분 산업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전통 기술은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상태입니다. 하지만 희망적인 시도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민간 중심으로 운영되는 ‘청년 공예 인턴십 프로그램’이나 ‘전통기술 창업교육 지원사업’이 등장하면서, 일부 젊은 층이 다시 전통 기술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흐름이 국가적 차원에서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실질적인 확산은 어려울 것입니다. 결국 후계자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진로 선택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전통’의 가치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의 문제로 확장되어야 합니다.
제도와 정책의 부재, 장인 보호는 여전히 미흡
2026년 현재에도 무형문화재 장인들을 위한 정책은 여전히 소극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 2023년 ‘국가문화유산 종합계획 2030’을 통해 무형문화재 보호 정책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장인들에게 지급되는 연간 지원금은 일부 종목에서는 생활비조차 되지 않는 수준이며, 기술 전수를 위한 기반 시설은 대부분 노후화되어 있습니다. 무형문화재 제도 자체도 한계가 많습니다. 전통 기술의 변화 가능성을 배제하고 고정된 형식만을 인정하는 현재의 제도는, 창의성과 시대 적응력을 갖춘 젊은 장인들의 참여를 막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디지털 공예 기술을 접목하거나 현대적 미감을 반영한 전통 기술은 아직도 정식 무형문화재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이는 시대 변화에 발맞춘 유연한 정책 설계가 절실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2025년부터 시행된 ‘지속가능한 문화유산 기술인력 육성법’은 다소 진전된 움직임으로 평가받지만, 아직 현장에서는 체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특히 지역 장인들이 겪는 행정절차의 불편함, 지원금 신청의 까다로움, 실질적 교육 기회의 부족 등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입니다. 무형문화재 보존 정책이 단순한 명맥 유지를 넘어, 실질적인 산업적 가치를 창출하고 교육과 창업, 문화관광과 연결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장인은 ‘과거의 장인’이 아닌 ‘현재의 창작자’로 인식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제도와 정책은 보다 적극적이고 혁신적인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할 것입니다.
고령화 속 소멸 위기에 처한 장인의 시간
한국의 전통 장인들은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습니다. 2026년 기준, 무형문화재 보유자의 평균 연령은 74.6세로, 이미 많은 기술 분야에서 실질적인 활동이 어려운 장인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보유한 기술은 수백 년 동안 축적된 지식과 손끝의 감각이 결합된 결과물이지만, 그 기술을 정리하고 다음 세대에 전수할 물리적·시간적 여유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의 기술을 기록하고 정리할 수 있는 전문 인력과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일부 종목은 단 한 명의 장인만 존재하며, 해당 인물이 사망할 경우 해당 기술도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문화재청은 2024년부터 '기술기록 디지털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지만, 촬영 중심의 1차원적인 기록 방식으로는 복잡한 공정과 철학적 배경까지 담아내기에 한계가 큽니다. 또한 장인들이 주로 지방이나 외곽지역에 거주하고 있어, 교육 인프라 및 의료 접근성 부족으로 인해 장기적 활동이 불가능한 사례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강원도 산골에서 전통 악기를 제작해 온 A 장인은 심장질환으로 인해 기술 전수를 중단했으며, 그의 제자가 없었기에 해당 기술은 문서화 없이 단절되었습니다. 고령화는 단순한 인구 문제를 넘어선 문화 소멸의 전조입니다. 단 한 명이라도 장인의 기술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지켜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장인의 삶을 '현재형 문화자산'으로 바라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며, 지역 공동체와 교육기관, 정부가 협력하여 ‘기술의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이 절실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장인의 손은 멈춰가고 있으며, 그 속에 담긴 시간과 기억은 기록되지 않은 채 사라지고 있습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무형문화재 장인들은 단지 기술을 보유한 장인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문화적 뿌리를 지닌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2026년 현재, 후계자 부족, 미흡한 정책, 고령화라는 3중고 속에서 이들은 조용히 잊히고 있습니다. 이제는 구호나 형식적인 보존이 아니라, 실질적인 계승 전략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장인을 단지 과거의 유물로 대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대가 연결하고 계승할 수 있는 현재의 문화로서 조명해야 합니다. 이 글이 잊힌 장인을 다시 조명하고, 우리의 전통을 지키기 위한 작은 행동으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