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형문화재는 단순히 보존해야 할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오늘의 사회 속에서 충분히 활용될 수 있는 살아 있는 문화 자산이다. 오랜 세월에 걸쳐 축적된 기술과 의례, 생활 방식은 특정 시대에만 의미를 가졌던 것이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가치와 메시지를 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무형문화재는 여전히 ‘지켜야 할 것’이라는 인식에 머물러 있으며, 실제 생활과 산업, 소비의 영역에서는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2026년을 향한 지금, 무형문화재를 바라보는 시선은 분명히 전환되어야 한다. 관광 자원으로서의 활용, 기념품과 문화상품으로의 확장, 그리고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구조를 함께 설계할 때 무형문화재는 비로소 현재의 문화로 기능할 수 있다.
관광 자원으로서 무형문화재가 지닌 구조적 가치
무형문화재는 지역 관광 자원으로서 매우 강력한 차별성을 가진다. 특정 지역에서만 이어져 온 기술과 의례, 제작 방식은 관광객에게 ‘그곳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제공한다. 장인의 공방을 방문해 작업 과정을 직접 보고, 전통기술이 만들어지는 소리와 냄새, 손의 움직임과 시간의 흐름을 체감하는 경험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선 문화 체험이 된다. 특히 무형문화재는 사진이나 영상으로 완전히 대체될 수 없다는 점에서 관광 자원으로서 높은 경쟁력을 지닌다. 관광객은 완성된 결과물만 보는 것이 아니라, 장인의 손놀림과 반복되는 과정, 실패와 기다림의 시간까지 함께 경험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관광객은 소비자가 아니라 참여자로 전환되며, 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자연스럽게 쌓게 된다. 또한 무형문화재 관광은 지역의 정체성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지역의 자연환경, 재료 수급 방식, 생활 문화와 결합된 전통기술은 다른 지역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고유성을 가진다. 이러한 고유성은 대규모 인공 관광 콘텐츠보다 훨씬 지속력이 강하며, 지역 관광의 방향성을 장기적으로 지탱하는 핵심 자원이 된다. 그러나 현실에서 무형문화재 관광은 종종 이러한 잠재력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 채 피상적인 체험에 머문다. 짧은 시연과 형식적인 설명, 기념 촬영 위주의 프로그램은 기술의 깊이와 맥락을 전달하기 어렵다. 관광객은 ‘봤다’는 기억만 남긴 채 떠나고, 무형문화재는 지역과 지속적으로 연결되지 못한 채 소비되고 끝난다. 이는 무형문화재를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면서도 그 가치를 스스로 소진시키는 구조라 할 수 있다. 2026년을 향한 과제는 무형문화재 관광을 ‘구경하는 관광’에서 ‘이해하고 참여하는 관광’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장인의 작업 과정을 단계적으로 설명하고, 기술이 지역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어 왔는지를 이야기로 풀어내며, 짧은 체험이라도 기술의 원리를 느낄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이러한 접근이 이루어질 때 무형문화재는 단순한 관광 콘텐츠를 넘어 깊이 있는 문화 여행의 중심 자원이 될 수 있다.
기념품을 넘어 문화상품으로 확장되는 무형문화재 활용
무형문화재 활용에서 기념품과 문화상품은 대중과 가장 직접적으로 만나는 접점이다. 관광객과 소비자는 형태가 있는 상품을 통해 무형의 가치를 일상 속으로 가져간다. 그러나 현재 많은 무형문화재 관련 기념품은 전통 문양이나 명칭만 차용한 저가 상품에 머무르고 있으며, 실제 전통기술과의 연결성은 매우 약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품은 무형문화재의 이미지를 소비할 뿐, 그 가치와 맥락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한다. 문화상품으로써의 무형문화재는 단순히 ‘전통 느낌’을 주는 물건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제작 과정에 장인의 기술이 실제로 반영되고, 재료 선택과 가공 방식, 사용법에 이르기까지 전통기술의 논리가 녹아 있어야 한다. 특정 공예 기술이 가진 구조적 특징이나 내구성, 사용 목적이 현대 생활 속에서 어떤 장점을 가지는지까지 설명될 때 상품은 단순한 물건을 넘어 신뢰할 수 있는 문화 자산이 된다. 또한 문화상품은 장인의 기술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현대의 생활 방식과 연결되어야 한다. 전통기술의 핵심은 유지하되, 사용 환경과 디자인, 기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장인과 디자이너, 기획자가 협업할 경우 무형문화재는 과거의 상징이 아니라 현재의 생활 도구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문화상품이 반드시 대량 생산을 목표로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소량 생산, 한정 제작, 주문 제작 방식은 장인의 작업 리듬을 지키면서도 상품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소비자는 ‘싸고 많은 상품’이 아니라 ‘기술과 시간이 담긴 물건’을 선택하게 되며, 이는 무형문화재의 브랜드 가치를 장기적으로 축적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2026년을 향한 문화상품 전략은 ‘얼마나 많이 팔 것인가’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쓰이고 기억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기념품을 넘어 문화상품으로 확장될수록 무형문화재는 소비의 대상이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문화 자산으로 자리 잡게 된다.
지속 가능한 무형문화재 활용 구조의 필요성
무형문화재 활용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지속 가능성이다. 일회성 행사나 단기 프로젝트로는 기술도, 장인도 오래 버틸 수 없다. 관광 자원화와 상품화가 장인의 노동을 과도하게 소모시키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면, 활용은 오히려 기술 단절을 앞당길 위험이 있다. 따라서 무형문화재 활용은 반드시 장인의 삶과 기술 계승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활용을 위해서는 수익 구조의 공정성, 작업 리듬의 존중, 전수와 교육의 병행이 필수적이다. 관광 프로그램과 문화상품을 통해 발생한 수익이 다시 기록, 교육, 후계자 양성으로 순환되는 구조가 마련될 때 무형문화재 활용은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문화 생태계로 기능할 수 있다. 2026년을 향한 무형문화재 활용은 ‘얼마나 많이 노출되는가’보다 ‘얼마나 오래 이어지는가’를 기준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관광 자원, 기념품, 문화상품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그 수단이 장인의 기술을 지키고 다음 세대와 연결할 때 무형문화재 활용은 비로소 사회적 의미를 갖는다. 무형문화재 활용은 전통을 훼손하는 선택이 아니라, 전통을 현재의 삶 속에서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방법이다. 관광 자원으로서의 깊이 있는 설계, 기념품을 넘어서는 문화상품 개발, 지속 가능한 활용 구조가 함께 작동할 때 무형문화재는 다시 사회와 연결된다. 2026년을 향한 지금, 무형문화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곧 우리가 전통을 어떤 미래로 이어갈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 되고 있다.